[조기] “COVID19은 좋은 사례가 될거에요” – 영국사립학교의 개학준비 이야기

 

[영국유학][조기] “COVID19은 좋은 사례가 될거에요” – 영국사립학교의 개학준비 이야기

지난 주 서울에 있는 영국비자신청센터가 문을 연 것을 비롯해, 본격적으로 9월 신학기를 대비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느 것 하나 “확실하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름” 열심히 준비하는 게 보이기는 합니다. 그 “나름의 준비”가 우리 시각에서 보면 너무 안일하다는 느낌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말이지요.

사실 학교별로 동영상이나 이메일 뉴스레터로 보내오는 것들은 뭐…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훑어보기만 하는 정도입니다. 이것저것 소식은 많지만 아무래도 대동소이한 것들이 이젠 좀 무뎌졌다고 할까요? 그러다가 여러 학교들과 기관들이 연합으로 자리를 마련한다고 해서 참가를 해봤습니다. 여러 정통사립학교를 비롯해 국제학교, 거기다 주무 부서라고 할 수 있는 영국문화원과 가디언회사, 사립학교 연합회 사람들까지 모이는 자리다보니 아무래도 뭔가 공식적이고 확실한 내용이 내용이 있을까 싶습니다. 전체적으로 현재상황을 조망하고, 각 부문별로 어떻게 조율해나가고 있는가 시각차이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됩니다. 물론 온라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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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한 시간 반에 걸쳐 여러 패널들의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COVID-19을 어떻게 할 거냐라는 기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시작해, 현재 각각의 사립학교에서 혹은 사립학교 연합회에서 생각하고 있는 대응단계와 구체적인 대응방법, 2주 자가 격리를 해야하는 경우, 심지어 확진자가 학교에서 나오거나, 확진자의 처치와 치료 등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에 관한 이야기들이 이어졌습니다.

구체적인 내용들은 뭐 따로 다시 설명드릴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만, 기본적으로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고, 대비하고 있다” 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가지 경우에 대해 단계별로, 증상별로, 기간별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해 나름은 주체별로 정리가 된 모습을 보며 다행이다 싶기도 합니다.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지어 부모님이 함께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일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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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특유의 느슨함에 더해, 유익하지만 딱히 새로움은 없어서 좀 지루해지려는 찰나, 생각하지 못한 표현들이 이어 나오면서 다시 집중해서 듣게 됩니다. 단순한 “인식의 차이”가 아닌 “교육의 본질”, “목표”에 대한 좀더 전투적(?)인 표현들, 한 편으론 처음부터 은연중에 기대하고 있던 부분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구체적인 사례야 시간이 누적되면서 당연하게 쌓이고 개발될 부분이지만 안개같은 지금 상황에선 신뢰할 만한 지침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농담처럼 회자되는 저 유명한 나폴레옹의 “이 길이 아닌가벼~”처럼, 길을 딛고 걸어가는 건 다리라고 하더라도 어떤 길을 가야하는 지를 결정하는 건 머리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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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교 교장은 첫 문장을 “영국 사립학교는 수백년 됐어요”라고 시작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제가 같이 일하는 어느 학교의 경우는 설립연도가 1568년 16세기니까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표현 “우리는 혁명도 겪어봤고, 세계대전(들)도 겪어봤고, 지난 팬데믹도 모두 겪어봤다”는 말이 그냥 수사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세계사에서 우리나라만 16세기 이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니 물론 우리도 마찬가지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주체적인 대응이 “처음”인데 반해 그들은 뭐가 됐든 수백년동안 대처를 해왔다는 차이가 읽히는 부분이었지요. 그래봐야 “니들도 별거 없던데..”라고 말할 수 있기는 합니다만, 한편으론 우리 눈에는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는 저들의 인식의 기저가 역사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할 수 있었지요.

서로 다른 입장에서 오는 차이에도 불구, 각자 패널들은 무엇보다도 사태 인식의 차이, 자신들의 시스템에 대한 신뢰, 그리고 지금 이후의 상황에 대한 대비라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를 갖고 있었는데,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현재 상황에 대한 인식의 차이였습니다. “전세계적인 판데믹”, “미증유의 감염병”, “처음 맞는 시련”, “전대미문”, “미증유” 등의 수식어가 빠지지 않는 한국과 비교해 보면, 그네들에게 COVID-19 (코로나19)는 “슬픔”과 “어려움”일 지언정 “불안과 공포”는 아닌, 까다롭고 어렵지만 극복할 수 있는 질병에 “불과”한 존재라는 느낌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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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 (코로나 19)를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분명 우리 사회에서도 있기는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비대면 (언택트), 새로운 뉴딜 등 뭔가 특정한 목표를 “새로 설정”하는 쪽으로 논의가 흘러가는, 뭔가 구체적인 “정치 혹은 경제적 목표”를 향해가는 느낌이 강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끼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사회가 COVI-19를 대하는 시각은 제게 IMF를 떠올리게 합니다. 말 그대로 국가가 파산함으로써 그 동안의 모든 것이 무너져내린(?) 그 시절말이지요. 그래서 그런가요? 한국 미디어에서 코로나 관련 뉴스를 보고 있자면, IMF와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경제위기 상황에서 “나만이라도”, 혹은 COVID-19에서 “우리나라만이라도” 뒤쳐지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절박함. 예를 들자면 “폭락장에서 나만이라도 손해보지 않고 빠져나가는 방법”을 찾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그런 시각때문이었을까요? “COVID-19, 이 판데믹 현상은 지구 환경에 관한 인간과 자연, 그리고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좋은 예”이며, “당장은 COVID-19이 급해보이지만 실제로는 지구 환경훼손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전세계적인 협력을 어떻게 구하고 실천해야할까를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기회”가 된다는 또다른 어느 교장의 말을 들을 때는 예전 오바마 (저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릅니다만)가 후보 연설에서 “Dignity” (품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걸 보면서 받은 신선함 비슷한 것을 느끼기까지 할 수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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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역시 개인적인 경험이고 해석입니다만, 영국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설겆이를 끝낸 식기에 묻어있는 흔적을 대하는 태도”랑 비슷했습니다. 그들도 그 흔적이 “덜 깨끗하게 닦였다”라는 것은 알지만 굳이 더 닦아내지 않는 건 “이미 살균제(주방세제)를 통해 “이미 충분하게 소독이 되었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오히려 요리재료에 따라 도마나 칼을 구별해쓰지 않고, 식탁을 그냥 물행주로 닦고, 두루마리 휴지를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도 사용하는 우리가 더 이상하게 보인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으론, 이들 학교 교장 선생님들의 말처럼, “과거의 판데믹도, 세계 전쟁도 모두 이겨냈다”는 말이, 아직 치료제나 백신조차 없는 질병에 관해서도 적용될 수 있을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최소한 원인은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여기는 것인지, 아니면 이런 일조차 삶의 일부로,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저녁이었습니다.

교육은 현재의 아이들이 미래를 살 수 있게 만드는 도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COVID-19와 살지만 COVID-19 이후에서 살아야하니 그 다음 주제는 자연스럽게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혹은 “이 사태를 통해 무엇을 배울 것인가”로 넘어가는 것인데 제가 호들갑을 떤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